전체 글45 The Invention of Nature: Alexander von Humboldt’s New World (Andrea Wulf) 알렉산더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라는 이름은 생소하다. 그가 만든 ‘Naturgemälde’라는 개념이나, 그가 쓴 책들의 제목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안드레아 울프(Andrea Wulf)의 책 “The Invention of Nature”는 현대인 대부분은 초면일 이 인물을 소개한다. 과학이라는 말이 존재하기도 전에 태어나, 과학자로 살면서 생태학의 기초를 세운 독일인을. 훔볼트가 활동한 시대는 콜럼버스나 베스푸치 등의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유럽 아저씨들이 ‘신’대륙을 ‘발견’하고, 영국·프랑스·스페인 등의 유럽 제국들이 땅따먹기를 끝낸 뒤였다. 첫 번째 탐험의 시대가 끝난 시점에서, 훔볼트는 남아메리카를 지배하던 스페인의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외국인의 남미 접근에 대해 .. 2022. 7. 19. Mansfield Park (Jane Austen) “맨스필드 파크(Mansfield Park)”는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들 중 하나다. “오만과 편견”으로 아마 더 유명할 이 작가는 주로 가정에 콕 박혀 있는 여자들 이야기를 썼다. 응접실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바느질을 하다가, 어느 순간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그렇다고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들이 안락하기만 한 삶을 사는 건 아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스틴의 여자들은 거의 모두 뼈를 깎는 고난을 겪는다. 가장 유명한 “오만과 편견”에서는 주인공인 엘리자베스의 엄마와 여동생들이 매너가 없고 속물적이다. (그래서 그들의 뒤치다꺼리는 싹 다 엘리자베스의 몫이 된다.) 그리고 이 책, “맨스필드 파크”에서는 주인공인 패니 프라이스(Fanny Price)가 큰.. 2022. 4. 22. 장미의 이름(움베르트 에코) G 선배에게 첫 위문편지 제목이 이어서 많이 당황스럽겠지만… 만나서 이야기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서 이렇게 다짜고짜 편지를 쓰게 되었어. 거기서는 잘 지내고 있지? 안부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글자수가 아까우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 사실 장미의 이름을 처음 읽었던 건 4년 전인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내가 그때 얼마나 활자를 단순판독했는지 깨닫게 되었어. 뒤집어서 말하자면, 이번에 읽으면서 새롭게 발견한 게 많았다는 긍정적인 의미이기도 하지. 우선 가장 명확하게 느낀 점은 이 책이 '책에 대한 책', 즉 메타적인 책이라는 점이었어. 상권 74-75쪽을 보면(선배에게 지금 책이 있는지 몰라서, 페이지를 표시하면서 대강 어떤 맥락이었는지도 같이 쓸게) 수도원장이 책이 많다고 뽐내는 장면이 나와. .. 2022. 4. 13. When We Cease to Understand the World (Benjamín Labatut) “When We Cease to Understand the World”는 과학을 소재로 한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는, 칠레의 소설가 벤하민 라바투트(Benjamín Labatut)의 소설집이다.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들이 섞여서 줄거리를 이룬다. 사실과 픽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 소설마다 다르지만,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은 과학을 통해 세계를 이해할 정도로 똑똑하지만, 동시에 과학 때문에 자멸할 정도로 멍청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은 모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 속에서 블랙홀의 심연을 발견한 슈바르츠실트는,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간 블랙홀 속 물체처럼 인류가 .. 2022. 4. 2. 미망(박완서) “미망(未忘: 잊을 수 없음)”은 개성에서 살았던 상인 가문에 대한 대하소설이다. 개화기에서 시작해서 일제강점기를 지나 6·25 전쟁까지, 한 세대 전체를 조망하는 소설이기에 길이도 길고 등장하는 사람도 많다. 소설 곳곳에서 대하소설 특유의 시대적 · 지역적 특징을 반영하는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설날에 떡을 치는 풍경, 개성의 손님 대접용 요리 준비, 전통 혼례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분명 이중 몇몇은 작가 본인의 경험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박완서 작가가 어릴 적 경기도 개풍군의 본가에서 보내던 명절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도 비슷하게 회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한 책에서, “미망”의 태임이가 결혼하는 장면은 오빠의 결혼식을 보고 그린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 2022. 2. 16. 그 남자네 집(박완서) “그 남자네 집”은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 두 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잇는 작품이다. 온전히 기억만을 의지해서 쓴 앞 두 책과는 달리, “그 남자네 집”은 소설적 상상력이 더 가미되었다는 점에서 결이 약간 다르다. 하지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끝난 바로 그 시점에서부터 그 이후 박완서 작가의 인생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 남자의 집”이 앞의 두 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앞의 두 책과 비교하며 이해하게 되었다. 이전의 두 자전적 소설은 자신이 어떻게 이러한 과거를 지니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면, “그 남자네 집”은 과거에 대한 초점을 자신으로부터 타인에게까지 확장해서 .. 2022. 2. 15. 고통(마르그리트 뒤라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이름은 프랑스어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 접했다. 한창 가정법에서 쓰이는 시제들 때문에 머리가 아플 때 교수님은 예문을 하나 들고 오셨는데, 그 예문이 바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고통”에서 나온 것이었다. 수학 공식처럼 외우던 시제 사용법이 진짜로 프랑스인들이 말하고 쓰는 방식이라는 게 신기했고, 진짜 프랑스 사람이 쓴 문장이 이해가 되는 게 신기했으며, 그렇게 풍부한 감정이 담긴 문장을 아무 감정도 없이 시제 분석을 하고 있는 우리 모습이 신기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이 책을 읽겠다고 벼르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예문으로 접한 지 반 년 만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고통”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함께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 혼자서 포로로 끌려간 남편을 기다리는 뒤라스의 기록이다. 제.. 2022. 2. 4.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박완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잇는 박완서 작가의 소설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처럼, 이 책도 자서전과 소설의 경계에 있다. 그러니까 온전히 기억에만 의지해서, 상상력은 기억이 텅 빈 구멍을 메꿀 때만 사용해서 쓴 소설 아닌 소설인 것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는 박완서 작가의 학창 시절이 나와 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앞 이야기가 끝난 시점, 즉 박완서 작가가 성인이 되고 6·25 전쟁이 일어난 시점에서부터 시작한다. 누가 싱아를 다 먹었는지 질문하는 박완서는 어린이지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는지 자문하는 박완서는 성인인 것이다. 두 질문 다 바뀐 세상에 대한 의아함과 약간의 분노를 담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2022. 1. 28.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스반테 페보) ‘분자생물학자’라는 단어는 과학과 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긴다. 알려지지 않은 단백질의 구조를 밝히고, 기능을 알아내고, 이를 통해 신약을 개발하고, 무엇보다도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말만 하는 사람. 하지만 스반테 페보가 하는 분자생물학은 조금 다르다. 그는 ‘인간성의 근원은 어디인가’라는,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볼 만한 질문에서 출발해서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을 해독한 과학자다.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네안데르탈인에서 데니소바인까지”는 그런 그가 과학자로서 쓴 자서전이자 회고록이다.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 책의 구조이다. 이야기는 1996년, 그가 처음으로 네덜란드인의 mtDNA를 발견한 순간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로부터.. 2022. 1. 24. 이전 1 2 3 4 5 다음